성공회 람베스 통신

News & Musings from the Lambeth Conference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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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중에 불교 성가?

July 25th, 2008 · 8 Comments · 동정

람베스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이른 바 “보수파” 주교들의 마음이 여러모로 언짢은 모양이다. 그 속 사정이야 알 길이 없지만, 그렇게도 캔터베리 대주교가 부탁해 마지 않았건만, 바깥 언론과 인터뷰를 자처하며 람베스 회의를 통해서 자신에게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모양이, 참 가엾다.

그 주인공들을 우선 열거하자면, 영국 더럼 교구의 톰 라이트 주교이고, 1분 인터뷰로 직접 만난 본 바 있는 수단 성공회의 뎅 주교가 그렇고, 도저히 왜 람베스 회의에 참석했는지 알 수 없는 미국 피츠버그 교구의 던컨 주교가 그렇다. 언제 이들의 언론 플레이에 대해서 곧 한 줄 써보겠거니와, 오늘은 이 던컨 주교라는 분이 하신 말씀이 가관이어서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그는 미국 성공회 미디어 팀과 행한 인터뷰에서 지난 20일 캔터베리 대성당 미사에서 불편한 점들을 참으로 여러가지 열거했다. 예배나 성찬례는 기본적으로 불편한 마음을 다 털어 놓고 오는 것인데, 이 분은 불편함을 한껏 받아들고 오셨으니, 정말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하신 성찬례에 문제가 있거나, 그 분 자체에게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 분이 불편했던 것은 압권은 당일 미사 설교자였던 스리랑카 데 치케라 주교의 마지막 “불교 성가”(Buddhist Chant)였다. 내 직접 듣는 처지에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몰랐으나, 설교하신 주교의 설교 내용과 뜻에 비추어 별 무리 없는 것이었으리라, 또 다른 언어와 멜로디로 듣는 화음 속에서 - 그분의 찬트는 정말 아름다웠다! - 나는 알 수 없는 신비를 ‘느끼고’ 있던 차여서, 던컨 주교의 ‘불편했다’는 언급이 참으로 불편했다.

블로깅 주교인 한 분인 앨런 윌슨 주교는 아예 그 참에 데 치케라 주교를 만나서 마지막 부른 그 불교 멜로디의 “성가”의 말 뜻이 무엇인지를 물었단다. 그랬더니, 그 내용이 이렇다.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내 피난처를 삼나이다.
아들이신 하느님께 내 피난처를 삼나이다.
성령이신 하느님께 내 피난처를 삼나이다.
하나이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내 피난처를 삼나이다.

아마 불교 감각이 없는 영국 주교님이 이렇게 밖에 옮길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러나 이를 불교 감각으로 되짚어 보면 이랬으리라.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귀의하나이다.
아들이신 하느님께 귀의하나이다.
성령이신 하느님께 귀의하나이다,
하나이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귀의하나이다.

내용을 알고 보면, 이 단순하고 깊은 신앙의 선언에 박수를 치고도 남았으리라. 그런데 이 던컨 주교라는 분은 그것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불교”적 멜로디에 마음을 빼앗겨 스스로 ‘불편해져 버리는’ 속좁음을 드러내보냈다. 아마 이분은 아마 아랍어와 비슷한 아람어로 된 주님의 기도를 들었으면 화들짝 놀라면 이슬람 성가 운운하며 펄쩍 뛰었을 것이다.

하기야 한국의 “보수파”들이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 뒤에 번역해 놓은 “귀의”에 시비를 걸었을 지도 모른다. 이미 “합장”을 두고 시비를 걸었던 분들이었으니까.

감히 말하건데, “귀의”라는 말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단어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가 “돌아갈 마음을 둘” 곳이 하느님 말고 어디 있겠는가? 몇몇 주교님들이여, 제발 마음을 좀 넓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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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esponses so far ↓

  • 1 김바우로 // Jul 29, 2008 at 11:57 am

    초대교회는 개방적인 종교관을 갖고 있었는데, 그 후손인 현대교회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바리새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아이러니하죠..

  • 2 차요한 // Jul 30, 2008 at 6:49 am

    하물며 주교님들이 유럽-북아메리카의 백인 영어 그리스도교에 집착한다면, 신자들은? 신자들이 오히려 나을런지도 모르겠네요. 원-그리스도교회의 원초성과 역동성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수록, 작금의 다종교 상황에 대한 선교적 전망도 깊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예수의 道”를 따르는 자들에겐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 3 차요한 // Jul 30, 2008 at 6:55 am

    톰 라이트 주교님의 인터뷰가 궁금하군요. 이 분의 책은 한국에서 정말 많이 번역되고 있더군요. “당당히” 성공회 주교로 소개되면서요. 나름 학자적 소양을 갖춘 대화가 가능한 복음주의권 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4 fr. joo // Jul 30, 2008 at 8:33 am

    차요한 / 앞 선 논평 고맙습니다. 다종교 상황과 선교의 문제는 현재 인다바 그룹을 통해서 논의되고 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톰 라이트 주교님의 인터뷰 - 특히 피정 중에 언론과 있었던 - 내용은 나중에 소개하겠습니다. 여기서 듣고보니 그분에 대한 평가 매우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곧 올리지요.

  • 5 바람숨결 // Jul 30, 2008 at 1:32 pm

    몸은 많이 회복되셨는지요?

    한국에서의 피곤함이 깃든 몸으로 매우 수고롭고 소중한 일을 하고 계신데, 신부님의 람베스통신의 ‘열렬한’ 구독자 중 한 명으로 수고로움과 성찰에 빨리 피드백하지 못한 것에 괜한 죄송함이 듭니다. ^.^;;

    참, 저도 톰 라이트 주교님과 관련해서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요한님의 평가처럼 이곳 개신교의 복음주의권에서는 톰 라이트 주교님의 책들 가운데 대중적인 책들이 번역되면서 꽤나 큰 반향을 얻고 있다고 하며 제게도 그런 ‘열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론, 최근에 톰 라이트 주교님의 책을 많이 번역하고 있는 IVP와 살림출판 기독교팀에 좋은 벗이 있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귀동냥할 수 있는 처지이기도 합니다.)

    그 분의 대중적인 책들이 그들에게 많이 회자되면서, 현재의 개신교 복음주의가 갖는 한계에 답답해하던 개신교의 젊은 복음주의자들에게 성공회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그로 인해 제게 이런 저런 문의 메일들이 날라오기도 한답니다. ^^;;

    저도 그런 질문들에 답을 하고자 번역된 그 분 책은 모두 사서 읽어봤는데, 솔직히 저는 근본주의에 가까운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에게 이 정도만 읽히고 영향을 주더라도 감사하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물론 유대교와 초기 그리스도교 전통을 언급하면서 서구적인 눈으로만 그걸 해석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리고 사회참여에 대한 이 분의 입장이 (특히 낙태문제 등은 편향된 측면이 있으나) 그리 나쁜 것 같지도 않았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성공회에서 ‘보수파’로 언급된다는 말씀에, 성공회 ‘진보파’ 분들의 신학적 포지션은 어떤지가 궁금하더군요.

    짧은 제 지식으로 톰 라이트 주교님 정도라면 세계 성공회 공동체에서 ‘중도우파’ 정도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더불어 톰 라이트 주교님도 다른 ‘보수파’ 주교님들처럼 소영웅주의에 들떠 계신 분인지도 궁금해지고.. =.,=;;

    참, 이곳 인천에서의 제 생활도 많은 이들의 염려와 기도 덕분에 큰 변화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나중에 나눌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그럼 강건하시고, 우리 성령님의 깊은 숨결 가운데 놓인 신부님의 걸음 걸음 되길,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합니다. 평화~

  • 6 fr. joo // Jul 30, 2008 at 2:14 pm

    바람숨결 / 지금 “공청회”에 앉아 있습니다. 재밌게도 제 바로 뒤에 톰 라이트 주교님이 앉아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발언하는 동안에, 옆에 계신 분과 하도 속닥거려서, 자유 발언을 기록하는데 방해가 될 정도입니다. ㅎㅎ

    한마디로, 지금으로서는 저는 톰 라이트 주교님의 저작에 대해 어떤 논평할 처지가 안됩니다. 그분의 책을 매우 부분적으로만 읽어보았거니와, 성서학쪽의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 같은 아시아인, 특히 신학의 맥락을 중요시하는 처지에서 보면, 그분의 성서학 저술들은 제게 그리 크게 다가오는 면이 없습니다. 아마도 근본주의자들에게는 신선하게, 그리고 나름대로 도전적으로 다가 올런지 모르겠습니다 (말씀대로 우리나라 근본주의자들이 이 정도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ㅎㅎ). 게다가 그분은 아마도 C.S. 루이스를 자처하려는 듯 합니다. 그분이 내는 책들의 제목들도 그렇고, 내용도 그러합니다. 아마 그 정도라는게 제 그만그만한 생각입니다.

    제가 가장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그분의 “주교”로서의 발언입니다. 그리고 그 람베스 회의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만 여기서 그분을 언급하고 있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곧 그분의 인터뷰와 관련된 내용을 적어 보겠습니다.

    참, “소영웅주의”를 언급하셨는데, 재밌게도 그와 비슷한 평가를 이곳 영국에 계신 몇몇 분들에게 들었습니다. ㅎㅎ

    궁금증을 풀어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 7 차요한 // Sep 1, 2008 at 6:51 am

    많은 이들이 IVP에 항의하여, 이제는 IVP에서 출판하는 라이트 주교님의 책 날개에는 늘 “영국성공회 더럼 주교”라고 나옵니다^^

    “근본/보수주의를 염려하는 한국의 맥락”에서 “책”으로 접하는 라이트 주교님과
    “세계성공회공동체의 맥락”에서 “영국의 주교”로 접하는 라이트 주교님 사이에는 어떤 간격이 있나 봅니다.
    C.S.Lewis를 자처한다는 말에 잠깐 웃었습니다.

  • 8 fr. joo // Sep 2, 2008 at 5:54 am

    차요한 / 말씀하신 “간격”에 대해서 저는 “논”할 능력이 없습니다. 다만 제한된 독서와 경험에서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관련 글을 하나 쓸까 했는데, 나중에는 별로 그럴 필요를 못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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