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람베스 통신

News & Musings from the Lambeth Conference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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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람베스 회의에 어쨌다고?

July 30th, 2008 · No Comments · 인다바

한국 성공회의 어느 교회 게시판에 보니 로마 가톨릭 교황이 세계 성공회의 분열을 염려하여 람베스 회의에 특사를 파견했다는 기사가 있다고 한다. 그 옮겨 놓은 기사만을 통해서 보자면 참으로 로마 가톨릭 교회는 걱정이 늘어지셨다. 게다가 그 걱정은 실상 성공회를 향한 걱정이라기 보다는 집안 단속을 위한 걱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 기사가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람베스 회의에 온 손님은 여럿이었다. 실제로는 모두들 공식 초청을 받고 온 것이니, 정황을 알아보지도 않고 외신을 베껴 적고 있는 한국의 어느 신문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그 인물들은 바티칸 교회 일치 평의회 의장인 발터 카스퍼 추기경, 인류 복음화 성성의 이반 디아스 추기경, 그리고 영국 천주교의 머피-오코너 추기경 등이었다. 카스퍼 추기경은 자유 선택 세션 모임에서 강연을, 디아스 추기경은 전체 모임에서 복음화에 대한 주제로 강연을 했고, 머피-오코너 추기경은 빈곤과 질병 퇴치를 위한 “새천년 발전 계획”(MDGs)을 위한 세계 성공회 주교들의 런던 시가 행진(London Day)에 에큐메니칼 대표자 가운데 하나로 참석했다.

이번 람베스 회의는 에큐메니칼 대표자들이 어느 때보다도 많은 회의였다. 천주교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의 다양한 전통의 정교회 주교들이 참석했으며, 루터교를 비롯한 다양한 개신교 지도자들과 유대교 지도자들도 초청받아 참석했다. 그리고 이들은 전체 공청회의 발언이 아닌 한, 모든 일정과 대화 모임에 한 일원으로 참석해서 자신과 자기 교회 전통의 생각을 나누었다. 이들은 단순한 옵서버 이상의 대우를 받으며 회의 기간 진행된 모든 대화에 적극 참석했다. 특히 정교회 주교들이 모든 일정에 함께 참여하여 대화하는 모습은 눈에 띌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천주교 주교들의 참여는 돋보이지도 않았으며, 특별히 회의의 일상 일정 안에서 대화에 참석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또하 발터 카스퍼 추기경과 이반 디아스 추기경의 강연은 람베스 회의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곤 했다.

카스퍼 추기경은 세계 성공회가 첨예하게 씨름하고 있는 두 가지 문제, 즉 동성애와 여성 성직 문제에 대한 성공회의 태도를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동성애는 무질서한 (착란적) 행동으로 비난받아야 할 일”이라고 못박고, 현재 세계 성공회 28개 관구에서 행하고 있는 “여성 성직 서품”에 대해서 명백한 반대 입장과 동시에 이것이 양 교회 간의 일치에 걸림돌이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 카스퍼 추기경의 주장과 언조에 대해서 대부분 성공회 주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바티칸의 공식 입장”에서 한치도 더 나아간게 없는 말들 속에서, 그리고 이것이 새로운 대화를 열기 위한 시작이 아니라, 대화의 걸림돌이라고 규정하는 처지에서 왜 이런 입장을 여기서 다시 들어야 하느냐는 회의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물론 이 분을 우군으로 삼아 고마워하고 머리를 조아란 주교들도 꽤나 여럿 있었다.

“복음화와 사회 정의”를 주제로 전체 모임 강연으로 초대받았던 디아스 추기경은 여러 차례 사람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특별히 현대 사회의 흐름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규정한 가운데, 이러한 흐름들이 기존 교회의 가르침에 도전이 되고, 세계를 병들게 한다고 진단하려들 때만해도 모두들 참고 듣는 듯 했다. 그러나 그가 현대 사회의 영적 위기를 진단한답시고 “영적인 파킨슨병, 영적인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비유했을 때, 대회장 전체에서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나 역시 옆자리에 앉았던 영국의 한 주교 부인과 무안한 마음에 서로를 바라보며 혀를 차야 했다. 다음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영국의 파킨스병 및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위한 모임들에서 항의 성명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인류 복음화 성성 장관이라는 분이 그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 이처럼 감각이 떨어져서야 “복음화”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듣고 본 처지에서 든 개인적인 느낌이긴 하나, 이들이 한국 어느 신문에 난 기사대로 “분열을 막으러 온 특사”였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공식적인 입장만 되뇌이며 분열을 공고히 할 뿐이었다. 람베스 자료집에서 읽는 [공동의 선교를 통한 일치]에서 고민하고 진전시키던 열정, 즉 세계의 생명과 세상의 정의를 위한 공동의 대응을 위한 열정에 대한 어떤 작은 식견도 느낄 수가 없었다. 이분들을 캔터베리 대주교가 나서서 초청했다면, 두고 두고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일이 분명해 보였다. 하기야 천주교의 “공식적 입”에서 무엇을 더 바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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