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람베스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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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과 성찬례, 그리고 순교

August 4th, 2008 · 1 Comment · 동정, 여정, 이슈,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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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와 폐회 성찬례는 모두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있었다. 이 두 성찬례에서 나는 똑같은 분들때문에 두번 눈물을 흘렸다.

개회 미사의 복음 순행은 가히 감동적이었다. 멜라네시아 솔로몬 군도의 프란시스칸 수사님들과 수녀님들이 전통 복장과 그들의 전통 음악에 따라 피리를 불고 노래를 하며, 작은 카누에 복음서를 싣고서 신자들 가운데로 복음 순행을 했다. 왜 그 광경에 눈물이 났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돌로 만들어진 추운 성당에서 전통적인 복장이랍시고 거의 발가벗은 채 이 특별 순서를 담당해야 하는 그분들의 처지가 가여워서? 그들이 부르는 피리 소리의 곡조가 즐거운 듯하면서도 어쩐지 애절해서?

그만도 아닐 것이다. 그들의 움직임과 춤은 조심스러웠고, 복음 앞에서 스스로를 낮추었고, 그러면서도 기쁨에 환호하듯 했고, 말씀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기쁨과 무거움을 온 몸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이 내게 밀려 왔다. 그 춤추는 움직임처럼 복음을 우리 삶에서 받들고, 복음 앞에서 그 춤만큼이나 절제된 기쁨을 누리고, 낮아져 섬기는 힘들이 가슴을 벅차게 했을 것이다.

폐회 미사에서는 캔터베리 대주교의 “증언하는 삶”에 관한 설교가 마음에 다가왔다. 특히 우리가 증언과 이야기를 성찬례 신비 안에 가지고 와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삶으로 이끌어 갈 것을 촉구하는 그 말씀에는 분명 힘이 있었다. 그러나 이 신비는 증언의 삶을 통해서만 우리를 움직이는 힘을 갖는다.

성찬례를 마감하기 직전, 우리는 2003년 솔로몬 군도 안에서 벌어졌던 인종 간 대립의 화해를 위해 일하다가 순교한 성공회 프란시스칸 수사들의 이름을 교회력에 올리는 순서를 가졌다. 여섯 수사 순교자들이 이름이 불려지고, 그들의 삶을 기억했다. 사실 순교(martyrdom)란 “증언”의 원래 말이다. 증언은 온 삶으로 하는 것이다. 캔터베리 대주교의 설교가 이 순교의 증언을 상기시켰더라면 더 큰 힘이요 도전이었을 것이다.

캔터베리 대성당은 이런 순교의 증언으로도 유서가 깊은 곳이다. 토마스 베케트가 왕권과의 대결에서 목숨을 잃었을 때, 이곳은 신앙인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옛 사람들과는 달리 다수의 오늘날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을 순례지로 생각하지 않는다. 관광지일 뿐이다. 베케트의 목이 떨어진 그 돌판도 역사적 흥미거리일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신앙인은 이 순교의 순례자가 되어야 한다. 2003년 순교한 프란시스칸 수사님들은 그러한 순교자였고, 우리는 그 순교의 증언이 되는 순례자인 것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이 성찬례의 퇴당 순행의 방향은 전혀 달랐다. 집전자와 전례 봉사자들은 함께 한 프란시스칸 수사님들과 함께 행렬을 지어 제대를 지나 대성당 가장 높은 제대 쪽으로 순행했다. 이들은 다시 솔로몬 군도의 전통 음악에 따른 성가를 부르며, 순교자의 이름을 들고 천상을 향한 순례를 재현했다. 그 순례의 행렬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 순교자의 삶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삶이 이러한 순교의 증언이 되고, 천상을 향한 순례가 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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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 so far ↓

  • 1 차요한 // Sep 3, 2008 at 6:26 am

    우리는 2003년 솔로몬 군도 안에서 벌어졌던 인종 간 대립의 화해를 위해 일하다가 순교한 성공회 프란시스칸 수사들의 이름을 교회력에 올리는 순서를 가졌다.
    -대한성공회 교회력도 이 사건을 보여주고, 이들의 증언이 너른 감동을 전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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